O - 옵시디언(Obsidian)을 활용한 상향식 글쓰기의 매력
Created: 2022-03-25
옵시디언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낸 지 다섯 달째입니다. 옵시디언은 생각을 효율적으로 조직화할 수 있게 돕는 도구입니다. 하향식 접근으로 생각을 조직화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아이디어를 모아서 상위 개념으로 접근하는 상향식 접근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았던 생각의 흐름이 만들어질 여지도 많고, 그만큼 사고의 자유로움이 극대화된다고 느낍니다.1
옵시디언에는 이밖에도 다른 많은 이점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옵시디언에서 글을 쓰며 상향식으로 생각을 체계화하는 과정에서 제가 느낀 이점을 세 가지 설명하고자 합니다.
우선 제텔카스텐을 쓴 숀케 아렌스가 말했듯이 백지에서 글을 시작할 필요가 없이, 모여 있는 노트들을 활용하여 상대적으로 쉽게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옵시디언을 활용한 글쓰기의 첫 번째 이점입니다. 지금 이 글도 기존에 작성한 다른 노트들을 참고하며 써 내려 가고 있습니다. 각주가 바로 하나의 노트입니다.
제 경우에는 사실 백지에서 글을 써내려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크지 않았습니다. 독자를 생각하고 글을 쓴다기보다 글을 쓰면서 제 생각을 정리하는 편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백지 상태에서 뭘 쓰는 것보다, 노트들에 모인 아이디어를 살핀 후 글을 쓰는 것이 훨씬 재미있는 일임에 분명합니다. 통장에 돈이 불어나면 기쁜 마음이 들 테지만, 노트 간의 연결을 보며 생각을 벼리는 작업도 큰 기쁨이 될 수 있음을 배웁니다.
두 번째 이점은 옵시디언에 노트를 하나씩 모으고 노트 간의 연결지점을 살피는 과정이 습관이 되면서, 새로운 경험이나 배움을 기존의 옵시디언 노트들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는 것입니다.2 책의 어떤 문장이나 누군가가 팟캐스트에서 한 말, 웹페이지의 어떤 내용이 제 마음을 사로잡을 때, 그것들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즉시 톡에 출처와 함께 저장하여 꽉 붙잡습니다. 그리고 매일 하루에 한 번은 옵시디언 노트로 만들어서 다른 노트와 연결하거나 연결하지 않은 상태로 노트를 저장합니다. 배운 것(새 노트)을 이전에 배운 것(저장된 노트)에 연결시키고, 그 과정에서 이전에 배운 것을 간격 인출하는 셈이기도 하니, 이런 게 바로 자연스러운 학습 과정 아닌가 싶습니다.3 상향식 글쓰기는 이처럼 능동적인 학습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일상 경험에 조금은 더 몰입하게 만드는 면이 있습니다. 옵시디언을 활용한 상향식 글쓰기의 세 번째 이점입니다. 책을 쓰기 위해 자료수집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책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상의 많은 경험이 글쓰기를 위한 좋은 소재와 자료가 될 수 있음을 경험합니다. 블로그에 쓰는 이런 글도 몰입에 도움이 되는데, 조금 과장하자면, 출간 작가들은 어느 경험 하나 허투루 보내는 것이 없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외국어를 배우면 삶을 더 풍부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상향식 글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 기록의 쓸모 ]]라는 책에서 저자가 아래와 같이 말한 게 이해가 됩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볼 수 있고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기록될 수 있다.
글을 잘 쓰든 못 쓰든 저는 글을 쓰는 일이 즐겁습니다. 옵시디언을 활용한 상향식 글쓰기 덕에 요즘에는 더욱 글쓰는 맛을 알아버린 기분입니다. 옵시디언이 아니어도 LogSeq이나 Roam Research 같은 툴을 사용하면 상향식 글쓰기가 한결 편해질 수 있습니다.4 추천합니다.